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Tadao Ando
건축과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게릴라 정신', 낭만과 독기의 혼재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권투선수에서 시작하여 독학을 통해 건축가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권투선수 이전에 목수였으며, 이를 발판삼아 인테리어, 가구를 거쳐 건축을 업으로 삼게 된다. 여타 다른 엘리트 건축가와는 달리 그가 건축가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은 목수를 경험한 것과 건축에 대한 흐릿하면서도 막연한 동경이 전부였다. 가장 인상깊은 말은 건축을 업으로 삼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된다는 생존본능이다. 그에게 건축은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존 가운데서도 '생각의 자유'를 잃지 않기 위해 그는 노력한다. 의뢰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혼자 구상하며 그만의 건축철학을 구축한다. 그 건축철학은 '게릴라 정신'으로 요약될 수 있다. 도시라는 험난한 세상에서 각 개인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한다. 대표작인 '스미요시 나가야'는 도시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낭만을 꿈꿀 수 있는 작은 보금자리이다. 또한 이러한 철학은 건축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에 두루두루 나타난다.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책의 인상적인 내용을 발췌한다.
독학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될 뿐더러 뭔가 의문이 생겨도 의견을 나눌 급우도 없고 이끌어 줄 선배나 교사도 없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내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헤아릴 방법이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하는 점부터 혼자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여행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배를 타고 세계에서 파도가 가장 사납다는 동중국해를 통과해야 하는 머나먼 여행길이기 떄문이다. 나는 '외국에 가 볼 수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손을 번쩍 들었다. ... 유럽에 장기간 나가 있는 것은 그런 업무 흐름을 끊고 모아둔 돈을 몽땅 쓰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불안보다도 미지의 서구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했다. ... 그 강렬함이 무엇인지 본고장에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스미요시 나가야
"그러나 기능을 생각하지 않고 예술 작품처럼 자기 취향대로 만든 집이라는 비평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결코 이 집은 그 안에서 영위되는 생활을 무시하고 만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생활이란 무엇인지, 가정집이란 무엇인지를 나 나름대로 철저히 생각하고 계산해 낸 건축이었다. ... '이렇게 비좁은 대지에 어떻게 이렇게 풍부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었다. ... '스미요시 나가야'의 창조성은 그것이 실제로 지어져서 실제 가정집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있다."
일과 삶
"그러나 조건이 열악하기는 해도 일감에 주린 나에게는 일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분명했다. ... 무엇보다 우선 앉아서 일감을 기다리는 엘리트다운 건축가 모습은 나랑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깨끗이 포기했다. 건축을 업으로 삼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 일감이 없으면 스스로 가능성을 일궈 내서 일감을 만들어 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 자기 삶에서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눈앞에 있는 힘겨운 현실이라는 '그늘'을 제대로 직시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용기 있게 전진할 일이다."